강화 학습

2020. 5. 3. 16:03소설 단편 습작

 2시간 넘게 유튜브만 보다가 추천 목록에 자기 계발 관련 영상이 떴다.

"오! 이거 좋다!"

다음 영상을 눌러서 다른 영상도 본다.

"아, 이렇게 하는구만."

1시간에 걸쳐 끝까지 다 보고 댓글을 확인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느끼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 도움이 됐습니다! 이제라도 실천해 보려고요!

-좋은 영상 감사합니다!

-덕분에 새로운 목표를 세웠어요!

"나도 한번 해 볼까?"

대충 머릿속에 그려본다. 먼저 동기부여가 필요하겠지?

그럼 동기부여 관련 영상을 검색해본다.

최상단에 있는 영상은 썸네일을 보니 내용이 너무 뻔하다.

살짝 스크롤을 내려보니 벌써부터 팩폭을 날리는 제목이 보인다.

저 영상으로 정했다. 들어가서 영상 시청.

"어떻게 저렇게 사람 마음을 잘 알까? 신기하네."

"나 자신을 먼저 알 필요가 있겠지?"

 

그렇게

심리학 관련 영상

뇌과학 관련 영상

의학 상담 관련 영상

"의사가 돈을 이렇게 많이 벌어???"

의사 연수입 관련 영상

개인 병원 관련 영상

"병원 차리려면 결국 위치 선정이 문제구나"

부동산 관련 영상

재테크 관련 영상

"그래 나는 꼭 부자가 될 거야!"

 

그렇게 심연의 어딘가를 떠돌다가 허리가 찌릿 할 때 화장실 한 번 다녀오고

"어우 몇 시야... 밥 대충 때워야겠다."

부엌으로 가서 라면에 계란 풀고 김치랑 밥 떠서 책상 위로 깔아 둔다.

다시 새로고침

"떴다 떴다!"

평소에 자주 보던 게임 영상이 주르륵 새로 올라왔다.

어차피 밥 먹을 땐 집중하면서 영상 보는 게 어려우니 게임 쪽 보면 괜찮을 거 같다.

아니면 먹방? 리뷰 영상도 괜찮고...

 

라면 그릇이 슬슬 걸리적거린다고 느껴질 때 즈음

밥알이나 건더기 늘러 붙는 건 귀찮으니 싱크대에 넣어 물을 채운 다음

보던 영상마저 본다.

 

조금씩 불안함이 찾아온다.

화면 오른쪽 아래에 있는 시계는 9시에 슬슬 도착한다.

내일 할 일을 살짝 생각해본다.

"시간만 잘 맞추면 딱히 문제는 없을 것 같네"

"이것만 보고 정리해야겠다."

 

그리고 1시간 후 10시

다 보긴 봤는데 너무 늦었다.

자신이 생각해 둔 선을 넘어버렸다.

싱크대에 가서 설거지를 하고 양치하고 씻고 잘 준비를 모두 마친다. 그리고

"이것만 보고 자야겠다."

 

그 마지막 영상은 20분짜리.

어차피 평소 잠드는 시각을 생각해보면 충분하다.

누워서 핸드폰 보는 시간에 영상 하나 더 보지 뭐.

 

그렇게 당신은 하루의 모든 시간을 빼앗기고

꿈뻑이는 눈으로 다시 핸드폰을 쳐다보다가

처절하게, 우울하게 잠든다.

 

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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